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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시프레(Chypre)’ 계열의 향수는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을 전달하는 대표적인 향조이다. ’시프레’는 1917년 지중해의 사이프러스 섬을 주제로 한 ‘코티 시프레’ 향수에서 유래했다. 20세기 초반에 확립된 시프레 향수는 플로럴이나 프루티 향수와는 확연히 다른 깊이감과 현대적 감각을 가지고 있다.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겐조‘, ’조말론‘ 브랜드의 향수에서 ’시프레’ 계열의 향조가 자주 보이며, 필자는 ‘불리‘의 ‘이리 드 말트‘가 시프레 계열의 영원한 1등이 아닐까 싶다. 이번 글에서는 시프레 계열 향수의 기본적인 특징과 이 향조를 완성하는 필수적인 구성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겠다.
1. 시프레 향수란?
‘시프레‘라는 단어는 프랑스어로 ’키프로스‘를 의미한다. 지중해 지역에서 나는 식물과 이끼, 나무 향기를 조합해 만들어진 향수이다. 현대적인 시프레 향조는 1917년 프랑스 향수 브랜드 ’코티(Coty)’가 ‘시프레(Chypre)’라는 이름의 향수를 출시하면서 공식화되었다.
시프레 향수의 구조는 대개 베르가못 같은 상큼한 시트러스 계열의 탑노트로 시작하여, 중간에는 플로럴이나 허브 노트가 등장하고, 마무리는 축축하고 수분감이 느껴지는 모시, 우디 베이스 노트로 이어진다.

2. 시프레 계열 향수의 주요 특징
- 대비와 조화
시트러스의 상큼함과 베이스의 축축함이 뚜렷하게 대조되면서도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향의 흐름을 보여준다. 이 대비 덕분에 향이 매우 풍부하게 퍼지며 입체적인 인상을 준다.
- 성숙하고 차분한 인상
시프레 향수는 청순하거나 가벼운 이미지보다는 성숙하고 차분하며 때로는 미스터리한 인상을 준다. 상큼함으로 시작하지만 뒤로 갈수록 수분감과 우디한 느낌이 강조되므로 30-40대에 잘 어울린다. 4계절 모두 쓰기에 적합하지만 특히 봄~ 가을까지가 시프레 향이 인상적으로 공기에 녹아들어 흐를 수 있는 시기이다.
- 긴 여운
베이스에 깔리는 모스와 패출리 등 우디 계열의 묵직한 향 덕분에 시프레 향수는 뿌린 후 오랜 시간 동안 남아 잔향을 지속시킨다. 지속성이 긴 향수를 찾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3. 시프레 향수에 있어서 필수적인 향조
- 베르가못
시프레 향수의 탑노트는 베르가못 없이 완성될 수 없다. 베르가못은 상큼하면서도 약간 쌉싸름한 시트러스 향을 제공하여 무거운 베이스 향조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다리를 놓는다.
- 모스
모스는 시프레 향수의 핵심 중 하나다. 촉촉한 숲 속에 깔려 있는 이끼를 연상시키는 ’모스’는 수분감과 무게감에 자연스러운 깊이를 부여하며, 전체 향기의 구조를 단단하게 받쳐준다.
- 패출리
패출리는 흙내음과 우디한 느낌을 동시에 지닌 향으로, 시프레 계열 향수에 세련된 터치를 더해준다. 강렬하지만 부드럽게 잔향을 남기는 역할을 한다. 너무 많이 쓰면 한약방 같은 향이 도드라지지만, 적당히 모스를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면 지속성을 강화시키고 숙성이 잘 되도록 돕는다.
- 랍다넘
랍다넘은 따뜻하고 파우더리한 향을 가지며 베이스를 한층 부드럽고 관능적으로 만든다. 시프레 향수의 성숙하고 몽환적인 느낌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 플로럴 노트 / 프루티 노트 / 마린 노트 / 그린노트 / 허벌노트
플로럴, 프루티, 마린, 그린, 허벌은 위의 향조가 잘 만들어졌을 때 ’변조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아주 약간의 터치감만으로 시프레 계열의 향에 재미있는 변주를 줄 수 있다. 탑에 있는 시트러스 계열과 베이스에 있는 모시 계열 사이에 다리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4. 현대적 해석 : 모던 시프레
최근에는 전통적인 시프레 향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던 시프레‘ 향수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전통적 시프레 구조를 유지하되, 보다 가볍고 산뜻한 시트러스나 프루티 노트를 강조하거나, 모스 대신 다른 우디 향조를 사용하는 식으로 변형을 준다. 덕분에 시프레 향수 특유의 깊이와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갖춘 제품이 많아졌다.
5. 대표적인 시프레 계열 향수 예시
- 코티 - 시프레(1917)
시프레 계열의 시초로 오늘날 모든 시프레 향수의 기준이 된 작품이다.
- 겔랑 - 미츠코
시프레와 과일 향을 절묘하게 결합한 클래식 향수로, 시대를 초월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 겐조 - 로빠르겐조
시트러스와 플로럴, 우디 향이 조화를 이루며 시프레 향조의 맑고 투명한 해석을 보여주는 현대적인 감성의 향수이다. ‘오이 향‘으로 유명하지만, 더없이 촉촉하면서도 발삼하기도 하다.
- 조말론 - 블랙베리 앤 베이
블랙베리의 상큼함과 베이리프, 그리고 우디한 베이스 노트가 어우러져서 시프레 계열 향조의 구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향수이다. 달달하고 생기 있는 분위기 속에서도 시프레 특유의 차분함과 깊이가 느껴진다.
마치며
시프레 계열 향수는 단순한 향의 나열이 아니라, 서로 다른 향조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하나의 복합적이고 세련된 인상을 만들어낸다. 상큼한 시작과 무게감 있는 마무리를 갖춘 시프레 향수는, 단번에 평범하고 클래식한 향수들과 차별화된 인상을 줄 수 있다. 베르가못, 모스, 패출리, 랍다넘 같은 필수 향조를 적절히 조합하는 것이 시프레 향수의 핵심이다. 성숙함과 개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시프레 향조를 꼭 한번 경험해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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